나도 그 자리에 앉아본 적이 있다
작년 겨울, 한 대표님이 사무실로 찾아오셨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누구보다 현장에 가까이 있었고, 누구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애쓴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돌려받은 건 이런 질문들이었다고 했다.
어떤 학교 출신이세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말씀 도중 몇 번이나 울컥하시며 눈물을 훔치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모습이 지난 시기의 나와 겹쳤기 때문이다.
회사를 나온 뒤 몇 해 동안, 나 역시 이름보다 소속으로 먼저 읽히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가 먼저 확인되던 시간이었다. 그때 나는 그 시선이 얼마나 사람을 작아지게 만드는지 몸으로 배웠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원칙 하나를 만들어두었다. 누군가와 커피챗을 할 때 상대의 프로필을 미리 보지 않는 것이다. 이력을 먼저 읽으면 사람을 그 이력의 크기만큼만 보게 되니까. 그동안 남긴 글과 댓글에서 느낀 감정만 가지고 만나서, 그 사람의 '나만의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려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원칙이 작동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프로필은 굳이 펼쳐보지 않으면서, 사업 안내서에 적힌 대상자 설명 한 줄은 그대로 읽어버렸다. 아직 얼굴도 마주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는데, 그 한 줄이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던 셈이다.
원칙이라는 게 한 사람 앞에서는 곧잘 지켜지는데, 여러 사람을 묶어 부르는 이름 앞에서는 조용히 비켜서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