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이 책을 팔아 커피를 살 수 있을까?" - 좌절에서 찾은 치유
하지만 29CM에서의 성공 이후 한섬에서 양수석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섬에 갔는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한두 달 만에 깨닫게 되고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못하겠다, 너무 심각했고, 엄청 두려웠어요."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모두 성공적이었기에 자신을 과신했지만,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도망치려 했습니다. 자아와 자존심, 외부 기대치 사이에서 소용돌이 치며 경력의 바닥을 경험했죠. 힘든 시기에 29CM 동료였던 이유미 작가(카피라이터)가 조언했습니다. "글을 써봐."
문토의 에세이 수업에서 1시간 동안 주어진 키워드로 글을 쓰고 낭독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11명과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독립출판을 제안했습니다.
"문토에서 참여자들과 자주 만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헤어지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 장짜리 기획서를 썼죠. 얘들아 우리 책 낼까?"
부천에서 요식업을 준비하던 친구의 푸념 같은 말이 책 제목이 되었습니다. "형 근데 이거 해가지고 뭐 커피라도 사서 마시겠어요?"
"이 책을 팔아 커피를 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독립출판물. 500권을 찍어서 500권을 모두 판매했고, 독립서점 100곳에 배포되었습니다. 제주도의 책방에서도 "표지가 너무 예뻐서 샀는데 글도 좋다"는 후기가 올라올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독립출판에 대한 걸로 제가 많은 치유가 됐죠. 그 과정을 겪으면서 저의 나다움을 제가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거죠."
독립출판 과정을 통해 한섬에서의 실패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함께 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고,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